고민하던 첫 글을 최근 읽은 책 중 인상 깊었던 문구를 나누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 김민섭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 은밀하게 자리를 잡고 앉은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 누구도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행동하고, 발화하고, 사유하지 못하게 한다. 모두들 자신의 욕망을 대리 수행하는 '대리인간'으로 만들어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주체라는 환상을 덧입힌다. 자신의 차에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운전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프롤로그 첫 문장입니다.
김민섭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첫 작(줄여서 '지방시'라고도 하더군요.)을 통해 제법 히트를 친 겸업 작가입니다.
시간강사를 하면서 택배상하차와 맥도널드 아르바이트를 했고 책을 출간하면서 강사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대리사회라는 책을 쓰는 동안 혹은 쓰기 위해서 대리기사를 겸업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타인의 공간인 운전석을 대신 차지하는 순간부터 '행위'와 '말'과 '사유'를 통제 당(?)하며 느낀 생각들과 대리기사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들을 엮어 책을 만들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문장이 짧고 꾸밈이 많지 않아 어느덧 작가와 빙의되어 있는 -제법 쉬운-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개발서류의 대리사회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안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책으로부터 분명한 메시지를 기대하시는 분들은 마지막장을 넘기며 약간은 허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책 한권씩은 읽고 산다는 것을 티 내기 위해
제 페이스북 담벼락에 '대리사회'의 한 구절을 남겼습니다.
에필로그 부분의 글인데요....
'누구도 가르쳐준 바 없지만, 결국 우리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한다. 밀려나기는 쉽지만 스스로 물러서기는 어렵다. 그것은 공간의 주체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고 절대로 패배가 아니다. 그러고 나면 시스템의 균열이 보다 선명하게 보인다. 그 균열의 확장을 통해, 그 동안 자신의 욕망을 대리시켜 온 대리사회의 괴물과 마주할 수 있다. 그때부터는 '사유하는 주체'가 된다. 여전히 행동과 언어는 통제될지라도, 정의로움을 판단하고 타인을 주체로 일으키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강요되는 천박한 욕망을 거부할 용기를 얻는다.'
생각이 많아지는 구절이었습니다.
사유하는 주체가 될 수 있을 만한 용기를 제가 가졌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스스로는 확인이 안되네요;;;
.... 블로깅을 하거나 가끔씩이나마 칼럼을 쓸 때.... 마무리가 항상 힘들었는데... 여전히 역시나 마찬가지네요.
꼰대적 교양을 학창시절 부터 꾸준히 받아온 세대여서 인지... 뭔가 훈훈한 메시지를 막 적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제이슨 문님의 글쓰기 강좌가 빨리 시작되길 바랍니다.
제 페이스북 피드 마지막에 '#주먹쥐고_일어서서' 라고 짤막한 헤시태그를 남겼는데...
영화 '늑대와의 춤'을에 나오는 여주의 인디언식 이름이 주먹쥐고 일어서서 였죠.
여주는 인디언이 아니었는데, 어린시절 자신들과 모습이 다른 여주를 놀리던 어떤 여자를 주먹쥐고 일어서서 한대 갈겼다는 이유로 붙은 이름이었죠.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대리사회라는 책과 다른 인종임에도 당당하게 살아남았던 여주와 이미지가 교차 되었습니다.
'머리 속의 바람' 멋진 캐릭터였었는데...
첫 글이니 이 정도로만 흐지부지하게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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